감염병으로 오해, 비행기 탑승 거부 당한 여성… 알고보니 ‘이 수술’ 자국?
감염병으로 오해, 비행기 탑승 거부 당한 여성… 알고 보니 ‘이 수술’ 자국?
신경섬유종 수술 후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탑승 거부당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신경섬유종 수술 후 집으로 돌아가는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 비행기에서 탑승 거부당한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출신 브리아나 솔라리의 사연이 공개됐다. 신경섬유종은 피부와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신경 피부 질환이다. 브리아나는 “승무원이 내 얼굴을 보고 피부 상태에 관해 물어봤다”며 “나는 방금 수술받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무원은 “(브리아나가) 수두에 감염됐다고 의심 된다”며 “전염성이 강해 승객에게 옮길 수 있으니 의사에게 검진받은 후 다음에 탑승해달라”고 말했다. 브리아나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수술 의사와 직접 이야기하라며 승무원에게 요청했지만, 승무원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브리아나는 의사로부터 받은 비행 허가서를 항공사에 제출했다. 다행히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브리아나에게 보상으로 500달러(한화 약 69만원)의 항공권과 45달러(한화 약 6만2000원)의 식사권을 제공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관계자는 "고객(브리아나)의 경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브리아나와 직접 연락해 상황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리아나는 “굴욕감, 당혹감, 부끄러움을 느꼈고 이건 완전한 차별이다”며 “의료적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경섬유종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 신경섬유종은 크게 1형과 2형으로 분류되며, 환자 중 85%는 1형을 앓고 있다. 1형은 17번 염색체에 있는 NF1 유전자 변이 때문에 나타난다. NF1 유전자는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neurofibromin’을 만든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세포 분열 억제 기능이 떨어지면서 종양이 쉽게 생긴다. 브리아나가 겪은 병도 1형 신경섬유종으로, 특히 증상이 심한 편이다. 2형은 22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NF2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신경섬유종 환자 수는 5633명으로 매우 희귀하다.
1형 신경섬유종 환자들은 대부분 피부에 커피색 반점을 보이고, 피부 표면에 덩어리 형태로 섬유종이 생긴다. 환자에 따라 크기가 유독 큰 섬유종인 총상신경섬유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총상신경섬유종은 모든 신체 부위에 발생할 수 있으며, 종양이 커질수록 ▲외모 손상 ▲장기 압박 ▲거동장애 ▲언어 장애 등을 겪는다. 2형 신경섬유종은 1형과 달리 외적으로 두드러지는 증상이 없다. 다만, 섬유종의 크기가 커지면 어느 순간 갑자기 청력 상실을 겪거나 뇌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신경섬유종은 아직 완치법이 없어서 주로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치료를 진행한다. 종양이 있다면 수술로 제거할 수 있고, 간질이 잦다면 약물 치료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신경섬유종은 유전 질환이라 예방법이 없지만,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신경섬유종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종양은 양성일 때가 많다. 다만, 다른 사람에 비해 악성으로 변할 위험이 커 꾸준한 관리와 검사가 중요하다.
김예경 기자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