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지도부, 바그람 美반환 불가·피격시 전쟁 불사 결정"
최고지도자, 칸다하르 관저서 수일간 고위급 회담…관저 경비 삼엄
"미국의 '기지 인계' 추가 압박시 선언문 발표·협상 방안 준비"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탈레반 지도부가 자국내 바그람 공군기지에 대한 미국의 반환 압박을 일축하고 기지를 되찾기 위한 미군 공격이 개시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인 아무TV는 23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최근 수일간 남부 칸다하르 관저에서 탈레반 정부 장관과 정보기관 수장, 군사령관 등과 회의를 잇달아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연쇄 고위급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바그람 기지를 되찾겠다고 언급한 뒤 개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이 기지 반환을 거부하면 "나쁜 일"(bad things)이 생길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회의 결과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번 회의에서는 기지를 되찾기 위한 미군의 공격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혔다.
이어 회의 참석자들은 기지를 넘겨주는 일은 있을 수 없고 만약 공격을 받으면 탈레반은 싸움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미국이 또 다시 기지 반환을 압박하면 비상회의를 거쳐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하는 방안과 기지 반환 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양측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해 카타르 내 탈레반의 정치사무소를 통해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또 회의에서는 일부 탈레반 고위 관계자들이 대미 협상을 탈레반이 거부하면 미군이 아프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아쿤드자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고 아무TV는 전했다.
이와 함께 회의에선 2020년 도하협정에 따라 미국이 테러대응 목적으로 아프간 영토를 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1기 트럼프 행정부와 탈레반이 맺은 도하협정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아무TV에 칸다하르의 아쿤드자다 관저 주변에는 탈레반 특공대원들이 배치돼 있는 등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관저 주변 지역에선 인터넷이 차단됐고 전화나 여타 통신수단 사용도 금지돼 있다고 부언했다.
그의 관저는 칸다하르 아이노 미나 구역에 있는 한 지역 사업가의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람 기지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40∼50㎞ 떨어져 있으며 2001년부터 20년가량 이어진 아프간 전쟁 당시 미군의 핵심 거점 역할을 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발생 직후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 그 우두머리인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아프간을 공격해 1996년부터 집권한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인 2021년 8월 아프간에서 철수했고 이 틈을 이용해 탈레반이 재집권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주 성명을 내고 바그람 기지의 미국 인계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탈레반은 성명에서 미국에 도하협정 준수를 촉구하면서 "과거의 실패한 경험을 반복하지 말고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을 하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