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오지 말라고?”…미국 ‘빗장’
세계 최고 비자 수수료에 관광객에게도 ‘높은 벽’
비자 수수료 총 442달러…관광업계 반발 속출도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미국의 새로운 비자 정책이 관광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추진한 ‘비자 무결성 제도(Visa Integrity Policy)’에 따라 단기 비이민 비자 신청자들에게 1인당 250달러(약 35만원)의 수수료가 추가로 부과되면서, 총 비자 비용이 442달러(약 62만원)로 치솟는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방문 비자 수수료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미국 방문을 사실상 가로막는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은 올해 1690달러(약 235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도의 1810달러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해외 입국자 수는 1920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했다. 올 들어 벌써 다섯 번째 입국자 감소 기록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7940만 명 수준 회복도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10월부터 시행될 새로운 제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발표한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A Big and Beautiful Bill)’에 따라, 모든 단기 비이민 비자 신청자에게 추가 수수료 250달러가 부과된다. 기존 비자 수수료 등을 합치면 총 비자 발급 비용은 442달러에 이른다.
이는 특히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해당하지 않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국, 인도 등의 국가 관광객들에게는 큰 장벽이 된다.
글로벌 여행사 ‘알투어’의 게이브 리치 회장은 “이번 조치는 비용 장벽을 통해 관광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여름 관광 성수기가 끝난 뒤 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전문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관광 부문 자회사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당초 2025년 해외 입국자 수가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3% 감소할 것이라는 하향 조정된 전망을 내놓았다.
WTTC는 올해 미국이 외국인 관광 소비 1250억 달러(약 162조 원)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WTTC 줄리아 심슨 회장은 “세계 각국이 ‘관광객 환영’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오히려 ‘관광객 기피국’처럼 문을 닫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하며, “이는 미국 관광산업에 장기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은 2026년 FIFA 월드컵(북중미 공동 개최)과 2028년 LA 올림픽이라는 초대형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비자 정책 강화는 국제 방문객 유입을 저해하고, 미국의 문화·경제적 개방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관광산업은 미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이해야 할 시기”라며 “이런 조치가 반복될 경우 미국은 국제 행사에서도 외면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