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정점식 결국 사퇴…한동훈, 일단 당 주도권 확보
DMV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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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 03:01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인선, 당 대표 권한”
여당 지도부 친한계 재편 전망
친윤계와 갈등 불씨는 여전
친윤석열계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일 사퇴했다. 한동훈 대표가 사퇴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백기’를 든 셈이다. 당직 인선을 자신의 뜻대로 거침없이 밀어붙이겠다는 한 대표의 완강한 태도에 친윤계가 한발 물러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한 대표 취임 뒤 양쪽의 첫 대결에서 한 대표가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보이지만, 주요 현안마다 충돌하며 갈등을 계속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5시15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시간부로 정책위의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갖고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당원들, 의원들이 원하는 건 당의 화합과 지방선거·대선 승리가 아니겠냐는 측면에서 오늘 추경호 원내대표와 의견 교환을 거쳐 사퇴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 취임 뒤 친한계에선 ‘임명권은 대표에게 있다’며 정 의장 사퇴를 압박해왔고, 친윤계는 ‘임기가 10개월 남았다’고 맞섰다. 한 대표는 전날 오후 정 의장을 만나 직접 거취 정리를 요구한 데 이어, 서범수 사무총장을 통해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친윤계도 ‘의총 추인 부결’을 예고하며 전면전 태세였다.
기류가 급격하게 바뀐 건 이날 오후 3시께 한 대표가 “인선은 당 대표의 권한”이라고 못박으면서로 보인다. 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은 함께 일하고 싶은 인품과 능력을 가진 분이다. 다만 저는 우리 당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전당대회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만나 “당직 개편은 한 대표가 알아서 하시라”고 한 발언과 함께, 자신이 7·23 전당대회에서 당심과 민심 모두로부터 6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한 대표는 정 의장의 사퇴 여부와 무관하게, 국회에서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끝나는 대로 새 의장을 임명할 생각을 할 정도로 정 의장 교체 의사가 강했다고 한다. 여기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30일 한 대표와 만나 정 의장 유임 의견을 전달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겉으로 ‘당직은 알아서 하라’는데, 비서실장은 ‘유임했으면 좋겠다’면서 이중 플레이를 했다”며 “결국 우리한테 굴복하라는 얘긴데, 그걸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윤계는 정 의장이 ‘버티기’를 해봤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 대표는 정 의장을 교체함으로써 지도부 9명 가운데 5명을 친한계로 재편해 당 장악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친윤계가 완전히 물러선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내가)유임해도 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당헌상 당 대표는 정책위의장 면직권을 갖고 있지 않다. 정책위의장은 당대표·최고위원·원내대표와 함께 당헌에 임기가 규정돼 있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 안에선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한 대표와 친윤계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